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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2일 방송된 나는솔로 10기 영식 영숙 진심 맞을 지 궁금하신 분들 많으신 것 같아요. 영식 영숙 대화에서 영식은 진정성 있는 눈물을 흘렸지만 방송 말미에는 여전히 옥순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그러면 도대체 어떤 심리로 영식 눈물 흘린 건지 구체적으로 살펴볼게요.

 

2022년 10월 12일 방영된 나는솔로10기 영식의 눈물
2022년 10월 12일 방영분


영식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오해가 되는 말을 그렇게나 천연덕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걸까요? 사실 둘의 대화의 처음과 끝을 보면 영숙에 대한 영식의 입장이 거의 자명하게 드러납니다.


둘이 식사 장소로 가는 차 안에서 영식이 거의 맨 처음 꺼낸 말이 이겁니다.


“날 그래도 편하게 생각해 주는 거지?”


그리고 둘의 식사가 끝나고 난 막바지에 영식은 또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 합니다.


“영숙님을 만나서 영광입니다.”


저는 처음과 끝에 배치된 이 대사가 영식이 이 데이트의 성질에 대해 나름대로 프레임을 걸고 있는 행위로 이해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울메이트와의 대화이지 이성 상대와의 대화는 아니니까요.


마치 영식 저 딴에는 이 데이트를 놀이화하기 위해 그에 필요한 룰과 전제를 제시하고, 안전한 놀이가 되도록 결계를 맨 앞과 끝에 쳐놓는 느낌이라는 건데요.


그래서 맨 앞에는 내게 슈퍼데이트권을 쓴 게 누나도 내게 이성적 호감이 강했다기보다는 대화가 잘 통하고 편하게 생각했기 때문일거라고 말하는 겁니다. 여기에는 어제 밤 둘이 나눈 깊은 대화도 한 몫 했어요.

 


다만, 어제 밤 두 남녀 모두 ‘대화가 잘 통했다’라는 명제를 발견하긴 했는데요. 이 전제가 영숙에게는 ‘그래서 이성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겠다’라는 결론을, 영식에게는 ‘그래서 소울메이트로 발전할 수 있겠다’ 라는 결론을 다르게 도출시킨 셈이었던 거죠.


맨 끝에 영숙을 만나서 영광이었다는 말도, 영광이라는 말로 이 데이트에 대한 소회를 정리하고 분류하는 즉 이 대화가 지닌 성질의 한계를 분명히 하려는 결론에 가까운 언사입니다.


여기에는 ‘그래서’라는 게 철저히 빠져있기 때문에 영광이니까 그래서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거라는 식의 전제로 쓰인 게 전혀 아니라는 거에요.


그냥 영광인 걸로 끝.


영식 딴에는 이 결계를 앞뒤로 쳐놓고 그 안에서만큼은 마음껏 놀고 싶었던 게 아닌가.


그래서 저는 영식이 식사 중에 영숙에게 내뱉었던 말들 그리고 눈물, 대부분 진심으로 봅니다. 다른 때는 몰라도 이 때 만큼은 영식의 진정성을 볼 수 있는 구간이었다는 거죠.

 


그리고 이 진정성은 영식이 어떤 사람이냐를 보여주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져요.


옥순과는 이런 대화의 울림을 겪지 못했음에도 이성 상대로의 선택은 어김없이 옥순이란 거잖아요. 영식과 영숙의 대화처럼 우리는 이성과의 대화에서 끊임없이 몸이 아닌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잖아요. 휘황찬란한 언어로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양하고 수식하기 바쁘죠.


그런데 적어도 이성 관계에 있어서 현실적인 선택은 대부분 마음에 대한 몸의 압승으로 결론이 납니다. 그러고보면 옥순과 스킨십이 그렇게나 쉬웠던 영식이 그렇게나 대화가 잘 통했다는 영숙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았죠.


옥순도 영호와의 데이트 이후 이렇게 얘기합니다. 자기는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영호는 대화가 너무 잘 통하고 유머러스하고 멋진 사람이지만, 스킨십을 상상할 순 없다고.


솔로나라에서 만큼은, 아니 어쩌면 남녀 관계에서만큼은 ‘눈물 날 만큼 대화가 잘 통한다’라는 고결한 대사보다 그냥 영식이 첫날 밤 옥순에게 던졌던 ‘전형적으로 섹시하고 예쁜 스타일’ 이라는 싸구려 대사가 어쩌면 더 진정성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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